(언론인송영한)[6.3시론] 씨앗을 먹어 버린 농부

당동벌이(黨同伐異)와 석과불식(碩果不食)

NWS방송 seungmok0202
2026년 05월 04일(월) 17:04
+
▲ 2021년 국회 앞에서 지역구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당시 김용현 갈매신도시연합회장
[NWS방송] 당동벌이란 ‘뜻이 같은 무리와는 한패가 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은 무조건 배척하는’ 것으로, 공정한 기준 없이 오직 ‘우리 편인가 아닌가’만을 따지는 편협한 태도를 뜻한다. 이 말은 중국 삼국시대 직전 후한 말기, 환관의 횡포에 맞서던 선비들마저 정파를 만들어 의견이 다르면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조선시대의 붕당정치는 당동벌이의 극한을 보여준다. 동인과 서인으로 출발한 붕당은 당동벌이로 계속 분화했다. 동인은 남인과 북인으로, 북인은 다시 대북과 소북으로 갈라졌다. 서인 역시 노론과 소론으로, 노론은 다시 벽파와 시파로 나뉘었다. 이 모두가 당동벌이의 결과물이며, 정조가 죽은 후 조선 말기까지 권력을 장악했던 벽파가 부패하면서 500여 년 지속되어 온 왕조의 운명은 기울었다.

당동벌이는 집단의 결속력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객관성을 잃게 하고 조직을 부패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며, 이로 인해 조직은 결국 무너진다.

2_공천 파동
지방선거가 코앞인 작금에 공당의 공천을 둘러싸고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여야 모두 과거 출마자의 생사여탈권을 행사했던 공천심사위원회를 공천관리위원회로 명칭을 바꿨다. 언뜻 보면 형식적으로는 시스템에 따른 공천 관리를 표방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당원투표나 여론조사 집계 과정은 많이 투명해졌다고 할 수 있으나,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이른바 ‘컷오프’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이 많다.

지난 4년 동안 우수한 의정활동을 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의힘 김용현 구리시의원이 경선에서 배제됐다.

당원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경선 기회 배제가 범죄 경력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형사소추를 당한 경우, 또는 당헌·당규상 명시된 조항에 해당한다면 명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사유 없이 결정되고, 그 사유를 설명해 달라는 재심 요구마저 묵살한 채 경선이 실시됐다.

당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는 당동벌이에 따른 결정이라는 반증이다.

그동안 행정사무감사나 시정질문 등 의정활동에서 ‘우리 편인가, 남인가’라는 당동의식(黨同意識)보다 시민을 위해 같은 당 집행부에 대해서도 옳고 그름을 따지는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김 의원의 ‘죄 아닌 죄’라고 볼 수 있다.

당동에 응하지 않으면 벌이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조선시대 붕당정치나 오늘날 정치 상황이나 다를 바 없는, 이른바 백년하청의 모습이다.

3_석과불식

추운 겨울, 벌거벗은 나무에 매달린 마지막 과실을 따 먹지 않는 것은 그것이 땅에 떨어져 이듬해 새싹이 될 씨앗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실이 고달프고 당장 배가 고파도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자산이나 신념은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석과불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옛 어른들이 감나무에 까치밥을 몇 개 남겨 두었던 것 역시 자연과의 공존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이러한 정신을 잘 보여준다.

농부는 씨앗을 먹지 않는다.

공당의 원칙 없는 공천 과정을 보며, 지금 당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싹을 자르기보다 ‘내일의 가능성’을 위해 ‘씨앗 한 톨’을 남겨 두는 품격 있는 정치에 대한 기대는 아직도 정신적 사치에 불과한가?
NWS방송 seungmok0202
이 기사는 NWS방송 홈페이지(www.nwstv.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nwstv.co.kr/article.php?aid=17778818491307502001
프린트 시간 : 2026년 05월 16일 02: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