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영의 에세이 연재 9편/ 안개 속에서 새벽을 깨우던 이들의 노래 안개 속에서 새벽을 깨우던 이들의 노래 NWS방송 seungmok0202 |
| 2026년 09월 28일(월) 04:55 |

사람들은 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 당시 마을 사람들에게 자조란 그런 거창한 표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남이나 환경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내 삶과 가난한 마을의 주도권을 내 손으로 직접 쥐겠다는 서글프도록 단단한 책임감이었다. 수레를 끌고 자갈길을 넓히는 그들의 등은 늘 굽어 있었지만, 삶의 주체성만큼은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혼자서는 도무지 넘어설 수 없을 것 같던 절망도 이웃의 손을 잡는 순간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낡은 격언은, 마을의 농로를 확장하고 차가운 냇물 위에 돌다리를 놓을 때 비로소 서러운 연대의 온기로 부활했다. 나만의 이익이 아닌, 공동의 성취를 이루어 낼 때 번지던 사람들의 짧은 웃음소리. 그것은 고된 노동이 가져다주는 피로를 순식간에 잊게 만드는 마법 같은 희열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력에만 삶을 맡기지 않았다. 머릿속의 구상이나 입술 끝의 성급한 말 대신, 한자리에 모여 일할 수밖에 없는 삶의 틀을 스스로 구축했다.
새벽마다 마을에 울려 퍼지던 노래와 정해진 일과는 게으르고 둔해지려는 인간의 본능을 바짝 옥죄는 자발적인 시스템이었다. 그 촘촘한 고정된 일과 속에서 사람들은 매일 자신을 경련하듯 깨워 일으켰다. 눈앞에 당장 손에 쥐어지는 결실이 보이지 않아도 그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가난의 지독한 사슬을 내 세대에서 끊어내고, 내일의 미래 세대에게 조금 더 따뜻한 방을 물려주겠다는 아득한 끈기. 남들이 성과가 없다며 고개를 저을 때도 그들은 지루함과 지침을 묵묵히 견뎌냈다. 단기적인 대가에 연연하지 않던 그 단단한 지속성이, 마침내 황폐했던 들판의 지형을 바꾸고 이 어두운 농촌에 삶의 온기를 온전히 돌려놓았다.
새벽의 안개는 언젠가 걷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안개 속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길을 만들고 일하는 즐거움을 노래했던 그들의 거친 손마디와 땀방울은, 여전히 내 유년의 서늘한 기억 속에서 푸른 불꽃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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